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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노릇하며 ‘쓰레기’로 불렸던 아이… 청소년에 희망의 숲 만들어주는 교장 돼

제주 나무와숲학교 권오희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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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 노릇을 하며 물건을 빼앗고 오토바이를 훔쳐 타며 스트레스를 풀던 아이. 나열된 내용만 보면 가출 청소년, 소년원 등이 떠오르는 아이는, 훗날 고난 속에서도 바르게 살아가도록 학생을 양육하는 대안학교의 교장이 된다. 제주 나무와숲학교 교장 권오희(40·사진) 목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학교에서 만난 권 목사는 자신의 학창 시절에 대해 “인생의 꿈도 소망도 없이 학교에서 ‘쓰레기’라고 불렸던 아이”라고 회상했다. 보살핌과 사랑이 결핍된 자리에 불안정과 폭력이 채워졌던 가정환경은 그를 방황의 길로 내몰았다. 생모는 그가 세 살배기 때 부부싸움 끝에 집을 나갔고 권 목사는 그 후 3명의 새엄마를 더 맞아야 했다.

태권도 공인 5단에 특전사 출신이었던 그의 아버지는 태권도장 관장, 이발사, 고물상 주인, 다단계 판매업자, 스님, 철학관 운영자 등 정착 대신 유목에 가까운 삶을 살았다. 그러던 그에게 초등학생 시절 처음 다니게 된 교회는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경험하게 해줬다. 그리고 고교 2학년 때 한동대에서 열린 청소년 연합수련회에서 하나님을 처음 만났다.

“마지막 날 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휘몰아쳤습니다. 애정결핍으로 가득 찼던 제게 독생자를 보내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진 겁니다. 하나님이 나 같은 사람을 통해서도 일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기쁨도 잠시, 큰 환란이 찾아왔다. 대입 수능 시험을 2개월여 남기고 있던 그가 차를 타고 학교에 가다 18t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 것이다. 오른쪽 다리가 완전히 으스러진 권 목사는 9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지만 어느 순간 고백이 바뀌었다. “어차피 내게 다리를 주신 분이 하나님인데 이 다리 잃는다고 해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게 변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산 고신대에서 선교학을 공부한 권 목사는 전도사 시절 필리핀 사역을 시작으로 포항, 부산에서의 중고등부 사역을 거쳐 제주에 둥지를 텄다. 그는 “제주가 이혼율, 우울증 지수 등이 가장 높다는 얘길 듣고 아픔 많은 아이와 공감을 나누고, 딱 한 달란트밖에 재능이 없더라도 그게 얼마나 귀한지 알려주는 학교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7년 학생 5명, 교사 1명으로 시작해 ‘당근마켓’에 중고물품을 팔아 교사 급여를 줘야 할 정도로 재정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권 목사는 끊임없이 기독교적 세계관과 교육철학을 고민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그 결과 제주도 아이들을 한 마을로 보고 그들을 위해 멋진 숲을 만들어주기로 마음먹은 지역 내 교회들이 연합해 법인을 만드는 기적을 끌어냈다. 2020년 ‘사회적협동조합 제주교육선교공동체 나무와 숲’이라는 기다란 이름으로 나무와숲학교가 출발했다. 지금은 초등 중등 고등학교 과정을 통합 운영하며 학생 46명을 양육하고 있다.

권 목사는 “5년 차를 맞으면서 지역 내 일반 학생들과의 연대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아이들이 더 큰 숲을 이룬다면 제주도를 더 가치 있게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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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53621&code=23111111&sid1=c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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